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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로봇기업 신년 계획② ㈜에스피지(SPG)

기사승인 2022.01.18  1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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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신문은 2022년 임인년 새해를 맞아 국내 주요 로봇기업들의 CEO를 만나 지난해 성과와 새해 계획 등을 들어보는 특집 코너 '신년계획'을 마련했습니다. 두 번째 기업은 국내 대표적인 로봇 부품 기업 ㈜에스피지(SPG)입니다.

1991년 설립된 에스피지는 그동안 일본의 하모닉드라이브, 심포 등에서 전량 수입해 오던 로봇 관절용 정밀감속기를 국산화해 주목받고 있는 업체다. 협동 로봇 관절에 사용되는 SH감속기와 산업용 로봇의 관절로 쓰이는 SR감속기 국산화에 성공했다. 고정밀 감속기 SH시리즈는 다수의 로봇 제작업체에 납품되고 있으며, SR시리즈는 최근 미주 시장의 완성품 제작업체의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면서 대량 공급의 길을 열었다. 2025년까지 연간 SH감속기는 20만대, SR감속기는 8만대의 생산 목표로 설비에 투자하고 있다. 적극적인 R&D 투자와 시장 개척으로 감속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에스피지 여영길 대표를 만나 지난해 성과와 신년 계획, 새해 포부를 들어 보았다.

   
 

Q. 코로나로 많은 기업들이 작년에도 어려웠는데 에스피지는 증권사에서 발표한 추정치를 보면 작년 4000억 이상 매출과 추정 246억 원 영업이익이 기대된다는 데이터를 보았는데 작년 어떠셨나요?

2020년 한 해 에스피지는 열심히 일하였고, 아직 결산전이지만 우리도 시장 전망치 처럼 실적이 나올 것으로 조심스레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Q. 최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희 회사는 매출의 약 65~70%가 수출입니다. 비결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제품을 다양화시키고 다변화시킨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회사가 당장 작년에 개발한 제품을 양산해서 매출이 이루어 지는 게 아니고 최소 3~4년 전부터 시장을 예측해 개발한 신제품들이 매출 증대에 크게 도움이 되었고, 또 우리가 한쪽만 바라봤던 시장들이 다변화되면서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 인천 송도에 위치한 연구소 모습

Q. 작년 전체 매출에서 협동 로봇 관절에 사용되는 SH 감속기나 또 산업용 로봇에 쓰이는 SR 감속기 매출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계시나요?

작년에 약 20억 정도 매출을 올린 것 같습니다.

Q. 성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국내 시장이 작습니다. 100억도 안 되는 시장에서 20억 매출은 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협동로봇의 경우 국내에서 제조되어 판매된 것이 작년에 전체 800대 정도로 예측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6축 다관절 로봇의 경우 감속기가 6개씩 들어가면 6*800=4800개 정도입니다. 감속기 가격을 40만원이라고 계산하면 20억도 안됩니다. 국내 시장 규모를 200억~300억으로 이야기 하는데 그것은 다소 과장되었습니다. 옛날에 하모닉 드라이브나 나브데스코가 감속기 시장을 독점할 때는 개당 100만원씩 했었는데 국산화가 이루어 지고 나서 지금은 개당 40~50만원까지 내려왔습니다. 로봇 1000대를 만들었다고 해도 6천 개면 시장 규모가 30억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모터 등 기타 부품 포함해야 50억 시장 규모 정도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Q. SH 감속기는 어떤가요?

국내 일부 로봇 기업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저희 제품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올해에는 더 바빠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SR 감속기는 3년 전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본격화 되어 수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감속기에서만 50억 이상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Q. SH 감속기나 SR 감속기 말고 로봇 관련해서 혹시 신제품 출시 계획이 있으신가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에스피지가 오래전부터 감시 로봇을 개발해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감시 로봇에도 핵심 부품으로 감속기가 들어가는데 우리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감시 로봇을 만들어 납품하고 있습니다. 우리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 경계 로봇에서는 국산 제품이 우리 밖에 없으니 향후에도 해안 경계 분야에서 많은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약 30억 정도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에는 150억 정도를 목표로 합니다. 전체적으로 로봇 분야에서 올해 약 200억 정도 매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에스피지에서 생산하고 있는 군사용 감시로봇

Q. 부품 사업에 몇 년간 많은 투자를 하셨는데...

우리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선진국은 아직도 우리보다 앞서 있습니다. 성능이나 생산성, 생산 기종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때 최고 기업의 80% 정도 따라온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열심히 노력해서 빠른 시간 내에 그들을 추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속도는 느려질 것입니다. 80%, 90%, 100%가 아니라 81%, 82%, 83% 이렇게 올라갈 겁니다. 선진기업과 모든 면에서 대등한 수준이 되려면 많은 시간이 더 걸릴 것입니다. 로봇 감속기를 예로 들면 성능이 80%만 되어도 사용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국내 로봇 기업도 마찬가지지만 저가 제품에서는 중국산 제품이나 일본산 제품을 사용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국산 제품들을 현장에 와보지도 않고 꺼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주 초창기에 테스트 한번 해보고 성능이 낮다고 안 쓰는 경향이 있는데 그때와 지금은 기술력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우리 제품은 로봇 기업들이 단순 로봇보다는 장비에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로봇 부분에서는 장벽이 크기 때문에 저희는 장비 업체에 더 기대가 큽니다. 반도체 장비나 광학기기 같은 정밀 분야에서는 콤팩트하고 토크도 크고 고정밀이다 보니 오히려 로봇 세트 기업보다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매출 50억 중에서 약 50%는 해외 수출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국내는 굉장히 시장 자체가 방어적이라 중국이나 미국, 유럽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 시장 테스트가 마무리 단계인데 잘 되면 50억이 아니라 70억~80억도 기대합니다.

   
▲ 에스피지 생산 라인 모습

Q. 국내 시장이 더 방어적이고 까다롭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본적으로 로봇 세트 업체의 기술력이라고 할까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 같은 데는 엔지니어들이 경험이 많아 부품을 넘겨주면 자기들이 펄스(Pulse) 같은 기본적인 사항들은 조종해서 테스트하는데 국내에서는 S라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면 우리가 S 제품과 똑같이 제어기를 갖다가 토크나 부하 같은 기본적인 사항들을 모두 맞춰 주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 기업은 비즈니스 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우리 제품을 가져다 그나마 테스트 해준 데가 국내 A사입니다. 6개월 간 테스트해서 지난 10월에 승인이 났습니다. 국내 엔지니어들은 기존에 사용하는 제품이 문제가 없으면 그냥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조금은 보수적인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사를 경영하는 대표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저렴한 제품이 있으면 사용하겠지만 깊이 관여를 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Q. 부품 사업 말고 로봇 완제품 사업은 고려하고 계시지 않은지요?

그것은 로봇 기업에 맡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부품 전문 기업으로 계속 포지셔닝 해 나갈 예정입니다.

Q. 최근 삼성전자 로봇 사업 진출로 국내 로봇 업계가 뜨겁습니다. 삼성의 로봇 사업 진출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그리고 향후 로봇 산업에 미칠 영향이나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 부탁드립니다.

로봇 사업 진출이 기본적으로 서비스 로봇 분야냐 산업용 로봇 분야냐 구분돼야 되겠지만, 삼성은 서비스 로봇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협동 로봇이나 다관절 로봇이 아니고 청소 로봇이나 서비스 로봇이기 때문에 삼성이 참가함으로써 지금은 전체 로봇 시장에서 산업용 로봇 비중이 더 크지만 결국 서비스 로봇과 산업용 로봇 시장이 거의 반분되거나 아니면 서비스 로봇 점유율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산업용 로봇 보다는 서비스 로봇 시장이 확대하기 더 좋고 오히려 진출하기 더 쉬우니까요. 서비스 로봇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삼성이 가장 진출하기 좋은 것이고, 소프트웨어 분야가 강하기 때문에 선택을 잘했다고 봅니다.

삼성의 로봇사업 진출에 대해 저는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삼성 같은 초일류기업에서 로봇 사업을 해야 산업이 크게 도약할 수 있지 중소 전문기업만 해서는 특성은 있겠지만 커다란 시장 확대가 어렵거나 국내에서만 경쟁할 수 있습니다.

   
▲ 에스피지 하모닉감속기

Q. 로봇 부품 기업으로서 가장 큰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나요?②

투자에 비해 시장이 너무 적고, 우리나라가 후발주자이다 보니 선진국을 따라잡기가 힘든 구조입니다. 또 로봇 시장이 너무 보수적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하다가는 부품 기업들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부품 사업을 펼쳤던 몇 몇 로봇기업들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감속기 시장 자체가 100억이 안 되는데 양산을 위해 200억을 투자해야 한다면 누가 투자하겠습니까. 

우리가 감속기 시장에 진출하면서 일본 제품 가격이 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예전처럼 일본 기업이 독점하고 있을 때는 2백억 시장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산 제품이 없으니까. 예를 하나 들어 보면 국내 대기업에 들어가는 부품이 하나 있었는데 우리 회사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는 가격이 개당 450만원~500만원 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198만원에 납품하고 있는데, 국산 제품이 나오는 순간 가격이 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일본이 그렇게 들어오니까 우리가 못 만들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후발주자들이 들어가기 힘든 구조입니다. 500만원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해서 제품을 개발해 출시했는데 일본 가격이 떨어졌다고 고객이 우리가 투자해서 고맙다고 500만원에 쓰던 것 490만원에 구매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이 한국에서 개발했다고 그러면 2백만원에 공급해준다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198만원에 공급해야 합니다. 얼마라도 저렴해야 명분상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납기도 일본은 6개월 걸리는데 우리는 한 달 만에 가능할만큼 빠른 납기와 신속한 문제 해결과 같은 장점이 있으니까 그나마 사업이 가능하지 후발주자는 이러한 부가가치가 없으니 투자에 비해 수익률이 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니까 부품산업은 국가가 주도해 정책적으로 다양한 혜택을 주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로봇 관련 설비가 해외에서 들어오면 크지는 않아도 세제 혜택 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책 당국에서도 현장을 많이 다니면서 기업의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들어 보아야합니다. 저는 우리 엔지니어들이 지금 80% 수준까지 따라왔다는 자체가 대단하다고 보고, 그 자체만으로도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었으니까요.

Q. 그렇게 시장이 작고, 투자에 비해 재미가 없는데 SPG는 왜 거금을 투자해 감속기 사업을 시작하셨나요?

에스피지는 수출기업이고, 감속기 전문 기업이기 때문에 투자했습니다. 감속기 전문 기업으로 출발해 업력이 30년 되었습니다. 모든 감속기를 다 하고 있으니까 SH 감속기도 계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하려면 몇 백억을 투자해야 하지만 우리는 이미 기존에 투자한 것이 있으니 나머지 신규 감속기에만 투자하면 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Q. 연초에 산업부 제조정책관 인터뷰를 했는데 로봇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감속기나 모터, 모션 제어기 등 3대 핵심 부품 및 4대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부품 실증 사업을 통한 신뢰성 확보를 추진한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건의사항이 있으시다면...

실증을 기업 중심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업 중심으로 해야 기업에서 무엇이라도 남을 텐데 정부 산하 연구기관들이 전부 주도하다 보니 기업에는 실질적으로 오는 것이 없습니다. 기업에 실제 테스트를 측정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를 만들어 주면 지금쯤 선진기업 대비 80% 수준이 아니라 90%이상 발전했을 것입니다. 기업 중심으로 움직여야 산업이 성장합니다.

지금까지 연구기관 중심으로 10년 넘게 투자했지만 결과가 없습니다. 로봇은 국내에서 만드는데 그 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국산화 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10년 넘게 과제도 많이 했지만 그것을 갖다가 만드는 데가 없잖습니까. 외국산 제품 분해해서 마치 직접 개발한 것처럼 결과물로 샘플 하나 만들어 놓으면 오케이하고 개발 과제 성공했다고 하지만 실제 생산은 안합니다. 이게 지금까지의 현실입니다. 

히스토리를 정리하면서 우리가 그동안 많은 것을 했는데 결과물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정책 담당자가 바뀌면 새로운 시스템이 바뀌어야 되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해야 되고 실제 돌아가는 쪽으로 가야 되는데 2019년이나 20년이나 21년이나 똑같이 한다면 그게 무슨 발전이 있겠습니까. 현장에 실사 와서 직접 심사위원들이 랜덤으로 제품을 뽑아 테스트해서 오케이가 되어야 잘 된 것인데 잘 된 샘플하나 보내서 테스트 해보고 종다고 평가하고 끝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언론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로봇신문이 올해부터는 그런 것을 비판하고 바로 잡아 주시면 국내 로봇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규남 전문기자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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