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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스키 로봇 대회를 준비 중인 사람들

기사승인 2018.01.11  2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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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7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속에서도 평창 스키로봇대회를 준비중인 연구원들의 가슴은 새로운 기량을 보여주려는 열정으로 뜨겁기만 하다. 총감독인 카이스트 오준호 교수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류지호 단장 등 관계자들도 현장에서 스키로봇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연구자들과 함께 현장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걸스로봇 이진주 대표와 김연희 걸스로봇 긱스카우트가 현장에서 각팀의 책임자와 연구원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가 현장에서 스키로봇 대회 트라이얼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 로봇산업진흥원 류지호 단장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 오준호 교수가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 스키로봇 개발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연구원들
   
▲ 자동차를 타고 현장으로 이동하는 스키 로봇,안전 벨트는 꼭 해야죠!
<각팀 책임자와 연구원 인터뷰>

정현준 박사<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스키로'>

1: 프로젝트에 도전한 이유와 팀 구성 과정을 들려주세요.

20174월 처음 팀이 구성됐습니다. 과제 책임자인 저는 기존에는 로봇 플랫폼은 하지 않았고, 시뮬레이션을 주로 했어요. 원래 인간형 로봇에 관심이 많던 차에, 스키 동작처럼 역동적인 동작을 구현하는 로봇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차원에서는 기존에 화랑이라는 인간형 로봇을 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아쉬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요. 스키로봇 프로젝트에 기관 차원에서 관심이 큽니다. 이 프로젝트를 마치면 스키 로봇 플랫폼을 활용해 인간의 동작을 모사하는 걸 해보고 싶어요.

2: 가장 즐겁고,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면요?

로봇과 사람은 스키 타는 방식이 비슷하면서도 달라요. A자 주행은 초보자의 방식대로 하면 맞지 않습니다. 그걸 찾는 데 시간을 많이 들였어요. 실험도 많이 하고요. 현장에 와서는 기문 인식이 어려워서 고전하다 마지막에 두 번 성공했는데요, 그럴 때 몹시 짜릿하죠.

가장 힘든 건, 저희가 포항에 위치한 기관이라 눈이 귀해요. 부천 실내 스키장까지 거리도 제일 멀었습니다. 교통편이나 이동 여건이 나쁘고 펀딩도 충분하지 않아서 출장비 비중이 너무 컸어요. 시뮬레이션만 해놓고 눈 오는 겨울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한양대 뉴질랜드 전지훈련이 정말 부러웠지요. 지진을 걱정해 주신 분이 많았는데 저희는 남구, 지진은 북구에서 일어나 피해를 입지 않았어요.

3: 설계 및 디자인 과정의 주안점은?

공개된 대회 조건을 고려해 봤을 때, 슬로프의 폭과 길이, 기문 간의 간격을 보면, 3-4세 어린이 정도의 사이즈가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상용 스키 중에서 가장 작은 것이 그 정도 사이즈거든요. 스키를 먼저 선정하고, 이용 기준표를 참고해서 해당 어린이의 키와 몸무게를 바탕으로 구동기를 설계했습니다. 미니로봇 팀은 저희 스키를 보고 참고해서 더 작은 걸 구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4: 남은 한 달, 주력해서 개선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현장 테스트를 해보니 역시 인식이 가장 큰 걸림돌이더군요. 인식 문제 해결이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스테레오 카메라와 레이저 스캐너(라이다)를 혼합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개선할 방법을 찾을 거고요, 302차 트라이얼 외에도 현장 실험을 할 기회가 더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포항에는 눈이 없어요.

이범주 명지대 교수<명지대학교, '명지대 휴머노이드 로봇팀>

1: 프로젝트에 도전한 이유와 팀 구성 과정을 들려주세요.

2017년 초 과제가 나왔을 때 제안서가 통과됐고, 4월부터 본격적으로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2014년부터 3년 동안 휴머노이드를 함께 연구하던 홍영대 아주대 교수와 함께 준비했지요. 저는 하드웨어를 맡고, 홍 교수는 상위 제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센서를 활용해 기문을 인식하고 몸을 어떻게 움직일지 제어 명령을 생성하는 부분이지요.

이번 대회에는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확보하고픈 마음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대회에는 한 대로 출전하지만, 추가로 여러 대 제작해 공동연구팀인 아주대에도 보내고 공동연구 할 계획입니다.

2: 가장 즐겁고,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면요?

교내에 구비된 작은 연습용 3D 프린터로 한 달 내내 플라스틱 커버를 뽑았습니다. 한 전공만으로는 로봇을 만들기 어려워요. 아주대학교 후배 교수와 함께 협업하면서 최적화된 솔루션을 찾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스케줄링에도 난점이 있었죠. 교내에 로봇을 만들 환경이 아직은 잘 돼 있지 않아서 알루미늄 프레임과 제어보드를 외주를 주다 보니 스케줄링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요. 이래저래 로봇 제작에만 7-8천만원이 들었어요. 펀딩이란 건 언제나 항상 부족하니까, 교수 인건비를 제외하고 갈아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3: 설계 및 디자인 과정의 주안점은?

저희 로봇은 다른 팀보다 스키에 덜 특화된 일반적인 휴머노이드에 가까워요. 휴보나 아시모처럼 일반형 로봇이 스키를 타게 하는 게 목표고요, 과제를 마치면 걷고 뛰고 춤추게 하고 싶어요.

4: 남은 한 달, 주력해서 개선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하루 전날에야 조립이 완료돼서 슬로프에는 못 올라갔어요. 아직 제어보드까지 연결해 보지 못했거든요.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연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명지대는 용인 산기슭 옆이라 눈이 쌓여서 자체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돼요. 스키장보다 바로 고치기에도 편하고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설우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연구원, ‘티보 TIBO’

1: 프로젝트에 도전한 이유와 팀 구성 과정을 들려주세요.

팀 구성은 지난해 4월 시작해서 11월 말 최종 멤버가 합류했어요. 기존에도 3년 정도 휴머노이드를 연구했고, 대회를 통해 지금까지 연구한 것들을 확인하고 발전의 계기를 찾고 싶었어요. 기존의 휴머노이드는 한국수력원자력과 공동개발한 재난구조 로봇으로 트러스트라는 모델인데요, 키는 180센티미터에 훨씬 더 무거운 로봇이었죠. 이번에는 더 작고 가벼운 버전으로 만들었습니다.

2: 가장 즐겁고,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면요?

가장 힘든 점은 사이즈였어요. 키는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인데, 무게는 43킬로그램으로 비슷한 신장의 어린이 평균 몸무게보다 1.5배 정도 무거워요. 고성능 토크를 내는 모터를 써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 점을 안고 다른 방법을 찾으려니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동할 때, 두 명 이상이 붙어야 움직일 수 있어서 실험이 어려웠어요. 대전에 위치해서 출장을 자주 가야 하는 것도 애로가 있었습니다. 무게 말고는 배꼽 위치에 무게중심이 있는데요, 무게중심이 높으니 안정도 측면에서는 약점이 됐습니다.

3: 설계 및 디자인 과정의 주안점은?

사실 스키로봇이라는 게 처음으로 시도된 건 아니에요. 휴머노이드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스키를 타는 로봇 자체는 슬로베니아에서도 시도된 바 있습니다. 하체에 스키날을 붙인 형태였는데 엣징 기술을 구사했다고 해요. 해당 논문을 연구해서 티보에도 엣징을 적용하려고 설계했습니다.

4: 남은 한 달, 주력해서 개선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오늘은 모션 테스트는 못했고 내일 오전에 카메라 비전 테스트를 할 예정이에요. 저희 로봇의 장점이라면 사람과 비슷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스키처럼 무게중심의 위치를 이동해서 방향을 조절하는 제어 측면에서는 유리했지요. 움직이는 동작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서, 앞으로는 더 자연스러운 모션 개발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사람과 비슷하게 탈 수 있는 동작을 개발하려고요.

전영수 이사<미니로봇, ‘태권브이’>

1: 프로젝트에 도전한 이유와 팀 구성 과정을 들려주세요.

2016년 과제 기획 단계에서 사전에 국내 휴머노이드 전문가 5인을 모아 자문회의가 열렸어요. 거기 참석한 이후, 2017년 초 과제가 발표됐습니다.

기업이다 보니 현안이 많아서 실제 프로젝트는 9월에 시작했어요. 투입 시점이 그렇다 뿐이지, 머릿속에서는 기획을 미리 그리고 있었죠. 대학 팀들이 설계만 하고 가공은 외주를 주어야 해서 스케줄이 오래 걸린다면, 저희는 설계 가공 조립 수정이 다 가능하거든요. 일정이 단축됩니다. 다른 팀이 가공시간에 한 달에서 한 달 반, 조립에 보름을 쓴다면, 저흰 금방이죠. 10월에 바로 기존 상용 모터를 활용한 버전 1이 나왔습니다.

한편으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모터 개발은 1년 프로젝트로 상정해 먼저 시작했죠. 지난해 11월 말에는 해당 모터를 적용한 버전 2를 만들었습니다. 최근 마이너하게 변경한 버전 3을 쌍둥이 로봇 개념으로 추가 제작했습니다.

2: 가장 즐겁고,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면요?

다른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서 하는 게 제일 힘들죠. 로봇 설계와 제작은 참 재미있는 작업이고요. 저는 17년 동안 이 일을 해 왔어요. 문제를 파악하고 계획한대로 로봇이 움직이면 희열을 느껴요.

3: 설계 및 디자인 과정의 주안점은?

당초 대회에서 공개한 기준을 보니, 큰 사이즈 휴머노이드로는 힘들겠다는 계산이 있었어요. 다른 팀들처럼 폼 나게 큰 로봇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다소 창피한 걸 참고 키즈 사이즈로 제작했는데, 오늘 현장에서 제 예측이 맞아 돌아가는 걸 보고 기뻤습니다.

태권브이는 사이즈가 작은 대신, 폴을 짚어 출발선에서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출발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스키복과 스키 같은 부분까지 사전에 선정해서 설계해 미감을 최대로 끌어올렸죠. 기술적으로도 미션 최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팀은 기문 인식을 위해 스테레오 카메라나 라이다를 쓰는데, 그러려면 'CPU i5 이상에, 그래픽 카드 메모리 클럭이 높은' 시스템을 써야 해요. 외장 그래픽카드 달린 보드 무게도 상당히 부담되고요. 유사한 미션을 여러 번 해보니, 단일 카메라로 성과를 낼 수 있더라고요. 저흰 소형 임베디드 보드 사용해 무게를 줄이고, 가장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습니다.

4: 남은 한 달, 주력해서 개선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스키로봇 대회라고, 한 번도 걷거나 뛰거나 해보지 못하고 바로 스키만 타는 로봇들이 안쓰러워요. 다음 번에 올 때는 미션과 상관 없이 대기 시간에 걸어 올라가는 퍼포먼스라도 하고 싶어요. 이름이 휴머노이드인데, 애들이 불쌍하잖아요. 2-3년차 과제로 발전하면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을 것 같아요.

엄윤설 숙명여대 교수<한양대학교, 히어로즈 팀 다이애나’>

1: 프로젝트에 도전한 이유와 팀 구성 과정을 들려주세요.

협약은 지난해 4월에 됐지만, 연구비 입금은 6월에야 이뤄졌어요. 냉정하게 말씀드려 7개월 밖에는 연구시간이 없었습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전지훈련 계획을 발표했어요. 스키로봇인데 눈이 있는 현장에 가야죠. 8월에 전 팀원이 다녀온 뒤, 골반 설계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허리 자유도가 추가됐고, 무릎과 발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보강했습니다. 머리는 전방향 회전하게 만들었고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좋은 비전 장비를 구입했고요, 디자인 작업도 병행됐지요.

2: 가장 즐겁고,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면요?

크라우드 펀딩은 사실 괜히 했다고 생각했어요. ‘국민 스키로봇이라는 애칭도 너무 부담스러워요. 처음 펀딩을 할 때는 남은 돈이 30만원 밖에 없어서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진행됐는데 3일만에 100프로 달성하는 걸 보고 겁이 덜컥 났어요.

엊그제 로봇이 태어났어요. 사실 기분이 되게 좋아야 되거든요. 찰리는 로멜라, 똘망은 로보티즈 거죠. 다이애나는 드디어 한 박사와 우리 식구들, 히어로즈 거에요. 드디어 내 로봇이라고 부를 수 있는 로봇이 생긴 거죠. 근데 엄청나게 부담스러워요. 집에 가면서 한 교수에게 계속 물어봤어요. “좋아? 기뻐? 기분이 어때?” 한 교수는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다른 생각은 안 들어.” 그러더라고요. 딱 그 사람다운 대답이었죠. 전 너무 좋아요. 로봇 디자인을 한다고 얘기는 계속 하지만, 휴머노이드 같이 있어 보이는 로봇은 사실 너무 오랜만이었어요. 작년에 한 HRI 연구용 로봇인 에디는 너무 작고 느낌이 좀 다르지요. 휴머노이드 디자인 너무 오랜만에 한 거라 살풀이한 기분이에요. 시원해요.

3: 설계 및 디자인 과정의 주안점은?

커버도 20*20 3D 프린터로 하나하나 뽑아서 합쳐서 일일이 다듬고 에폭시랑 거즈를 발랐어요. 탄소섬유 만들듯이 단단하게 했죠. 137명의 크라우드 펀딩 후원자들과 함께 만드니 뭐 하나 소홀할 수 없었죠. 이름 187개를 커버에 새기려고 레터링도 다 뽑아뒀어요.

4: 남은 한 달, 주력해서 개선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머신러닝에 집중할 거예요. 다른 팀은 대개 색으로 인지하지요. 우리는 진짜 인공지능을 해요. 이 대회를 하는 목적은 푸싱 더 바운더리(Pushing the Boundary)아니에요?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죠. 도전하다 차라리 장렬하게 깨지는 게 나아요. 우리 능력의 한계치를 시험하는 게 엔지니어의 재미 아닐까요? 

백규 교수 <국민대, 쿠도스-스키 팀 ‘RoK II (Robot of Kookmin II)’ > 

1: 프로젝트에 도전한 이유와 팀 구성 과정을 들려주세요. 

로봇축구 동아리로 시작한 쿠도스에서 8명이 스키로봇 팀을 꾸렸습니다. 이번 대회를 위해 급조된 팀이 아닌 쿠도스라는 확고한 방향성을 가진 팀이에요. 스키로봇 대회는 로봇축구다르파처럼 그 과정 중에 만난 여정 중 하나일 뿐이죠

우리 팀 친구들은 젊어요. ‘겁대가리 없는 어린 애들인 거죠(웃음). 아무것도 모르는 학부생들이 주축이 되는, 그렇기에 어리고 도전적인, 어쩌면 잃을 것이 없기에 진짜 챌린지를 하고있는 팀이라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대학원생들을 모았다면 더 잘했을 거예요. 성적을 생각한다면 저도 함께했을 것이고요. 하지만 학생들의 경험과 성장이 중요하기에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학부생들 위주로 팀을 구성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합지졸들만 모여있지는 않습니다. 이미 로봇축구 등으로 트레이닝 된 친구들이에요. 저는 이 친구들이 일반 대학원생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다고 믿어요.

2: 가장 즐겁고,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면요?

제가 힘든가요, 학생들이 힘들지(웃음). 제가 힘들 때는 로봇이 안 움직일 때겠죠. 즐거운 순간은 글쎄요로봇이 돌아가는 모습 하나하나만 봐도 즐겁습니다. 오늘은 학생들이 실험하다가 로봇이 제대로 넘어지는 영상을 올렸는데 보고 크게 웃었습니다. 넘어지고도 로봇이 망가지지 않았다는 것이 대견하고, 그런 모습조차도 즐겁더라고요.

3: 설계 및 디자인 과정의 주안점은

저희 설계의 주안점은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것입니다. 단순히 스키만을 잘 타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볼 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상체에 피씨도 두 개가 들어가 상당히 무거운데요, 그럼에도 모든 것이 셀프 컨테인 되면서 뛰어난 컴퓨팅 파워를 가진 로봇을 만들고자 했어요 

버전 1은 지난해 8월 만들어졌고, 연말에 버전 2를 완성했어요. 힙롤과 무릎, 앵클 피치 등을 수정하고, 경량화를 위해서 카본 화이버를 사용한 버전인데요, 단기간 안에 두 개의 하드웨어를 확보할 정도로, 이런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지만, ‘공격적으로 접근하고 있죠.  

4: 남은 한 달, 주력해서 개선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모든 것이요. 배우려고 이것저것 시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설계부터 제어 알고리즘, 비전까지 문제투성이예요. 실험 부족으로 알고리즘 검증이 어렵고, 영상처리도 내부 테스트만 진행된 상태예요. 결국, 많이 실험하고 부딪히면서 모든 것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남은 한 달간 스키장을 열심히 오갈 것 같네요.

<스키 로봇을 만드는 여자들>

모두 여덟 팀이 참가한 평창 스키로봇 프로젝트에는, 한양대학교 팀 히어로즈의 스키로봇 ‘다이애나’ 프로젝트 엄윤설(41) 숙명여대 교수를 비롯해, 네 팀에 걸쳐 모두 여섯 명의 여성 연구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과제를 마치고 졸업한 팀원까지 합치면 일곱 명이다. 참가 팀을 선발하는 과제 심사기준에 여성 연구원 참여시 가산점을 부여한 것이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여성 연구원들은 단순히 가산점을 위해 끼워 넣는 존재를 너머, 설계와 디자인, 매니지먼트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 엄윤설 교수
엄윤설 교수는 숙명여대 공예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교에서 석사를 했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과 ‘TEDx’ 등을 통해 대중에 알려진 키네틱 아트 전문가다. ‘찰리’ ‘똘망’ ‘다이애나’ 3대의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다수의 로봇 디자인에 참여했다. 로봇의 외관과 의상은 물론, 팀 매니지먼트와 언론 응대도 모두 그의 몫이다.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와 뉴질랜드 원정훈련 같은 극한 상황에선 운전과 식사, 정신적 안정까지 책임지는 팀의 ‘엄마’다. 한 교수가 참여한 모든 로봇의 절반은 그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이 로봇과 함께 맞춰 입은 하얀 스키복 어깨에는 한양대와 숙대의 로고가 한쪽씩 사이 좋게 새겨져 있다.

같은 팀 신선아(27) 연구원은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마치고 한양대 한재권 교수 연구실에 석사로 들어왔다. “신 연구원은 한 교수가 연구실을 차리고 처음 받은 제자라 애착이 커요. 우리 부부에겐 ‘큰딸’이나 마찬가지죠.” 그는 HRI 연구를 진행하며 연구실 세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스키로봇 프로젝트에선 라이다 파트에 기여했다. 최근 졸업하고 LG CNS에 입사했다. 새로 합류한 권혜진(24) 연구원은 엄 교수의 숙대 공예과 직속 후배이며, 제자다. 로봇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커버링과 디자인 작업을 담당했다.

   
▲ 한양대 신선아 연구원, 엄윤설 교수
미니로봇 ‘태권브이’의 강은하(25) 연구원은 인천대학교 기계공학과를 나왔다. “<건담>을 보며 꿈을 키웠습니다. '강철의 연금술사'를 보면서 의수와 의족을 만들고 싶었죠. 로봇을 하려고 기계과에 진학했지만, 막상 학부에선 기회가 닿지 않았습니다.” 그는 입사해서 1년 정도 휴머노이드 설계와 가공을 배우고 있다. 회사의 로봇 개발자들과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팔의 폴을 잡을 때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설계하고, 발바닥이 스키와 맞닿는 면을 만들었다. 발 크기를 줄이고 발목 자유도를 3으로 설계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고. 3D 가공이 가능한 CNC 머신을 사용해 직접 만들어 뿌듯하다.

   
▲ 미니로봇 강은하 연구원
팀원이 단 세 명 뿐인 명지대학교 팀의 이미란(23) 연구원은 팀 내 유일한 학생이다. 다른 팀원은 상체 제어를 맡은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홍영대 교수. 이 연구원는 명지대 전기공학과를 다니며 기계공학을 부전공했다. CAD 수업도 열심히 들었다. 졸업과 동시에 이범주 교수 연구실로 석사 진학을 앞두고 있다. 이 연구원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로봇공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로봇은 제가 설계한 것이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나온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아직 분야를 정하지는 못했지만, 휴머노이드는 전공인 코딩을 하면서 기구 설계까지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 교수가 설계한 휴머노이드를 분리하고 수백 개의 볼트를 조립하면서 관절 구조를 직접 익혀온 실력파다. 한 달 동안 작업한 끝에 실력은 손에 붙었는데, 시력이 많이 나빠졌다고.

국민대학교 조백규 교수가 이끄는 '쿠도스-스키 팀'의 이세리(25) 연구원은 ‘걸스로봇’ 1기 펠로우로 선정돼 활발하게 활동하며 커뮤니티에 이름을 알렸다. 기계공학과 졸업과 동시에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요술공주 세리’라는 별명처럼 비전, 제어, 설계 등 전방위 다재다능의 소유자. 스키로봇 프로젝트에는 뒤늦게 합류해 영상처리 분야에서 로우레벨 기본 인식을 담당했다. 축구로봇 ‘쿠도스’ 팀에서 활약하면서, 로봇을 일일이 설정하고 제어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로봇축구 시절에는 맨 땅에 헤딩하듯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 단순 무식했죠. 팀에 체계가 잡힌 지금은 효율적으로 일을 나누고 심화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보람이 있어요.” 스키로봇의 비전을 맡은 그는 정작 스키를 탈 줄 모른다고. 춥고 습한 작업환경에서 보행이 아닌 운동방식을 연구하는 일이 흥미롭다고 한다.

   
▲ 국민대 이세리 연구원
팀 내 또다른 여성 연구원인 노혜빈(22) 학생은 기계공학과 4학년이다. 이세리 연구원과 마찬가지로 쿠도스 활동을 통해 로봇을 처음 접했다. 친구와 놀려고 들어왔다가 정작 자신이 더 오래 남았다고. 스키로봇 프로젝트에서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위한 GUI를 담당하고 있다. 오픈소스 플랫폼이 잘 돼 있는 로봇축구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해야 하는 스키로봇은 큰 도전이 됐다고 한다. 밤샘도 잦고 로봇이 너무 무거워 고생이 많았지만, 모든 순간이 재미있었다고. “원래는 기계치에 가까웠어요. 손대는 물건마다 망가뜨려서 일부러 기계과로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안 망가뜨려요.” 앞으로 생명체와 관련된 로봇을 해보고 싶은 것이 꿈이다. <필자:이진주 걸스로봇 대표,김연희 걸스로봇 긱스카우트>

이진주 lady.robota@gmail.com

<저작권자 © 로봇신문사 모바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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