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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생태계 주체별 애로사항

기사승인 2021.04.20  09: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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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교ㆍ빅웨이브 로보틱스 대표

   
 

지난 기고 이후, 눈 깜짝 할 새 벚꽂도 피고 지고, 벌써 한 달이 되었네요.

그 사이, 국제로봇산업연맹(IFRㆍ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에서 해외 로봇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K-Robot에 대해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2021 한국 로봇시장의 5대 트렌드’를 주제로 기고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국내 로봇 시장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일조하고자 본 연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만, 기회만 닿는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로봇 기업들을 널리 알려지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지난 회에서는 ‘우리나라 로봇생태계의 특징’들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이번에는 ‘로봇산업 생태계 주체별 애로사항’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고객’을 시작으로, ‘로봇메이커’,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SI 기업’ 순으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로봇 생태계 주체별 애로사항(Pain points)

1. 고객들은 어떤 어려움과 좌절을 겪고 있는가?

2. 로봇 메이커들의 속사정은?

3. 로봇 생태계의 혈관인 SI 기업들은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가?

1. 고객들은 어떤 어려움과 좌절을 겪고 있는가?

전통적으로 로봇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주로 사용해 왔고, 여전히 전체 수요의 80% 이상을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사용하기 쉽고, 유연하며,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로봇과 솔루션들이 크게 증가하며, 중소기업과 서비스 분야까지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럼 고객들은 유형별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 지 알아볼까요?

   
▲ 소스: 마이로봇솔루션 문의 고객 200명 대상 분석 결과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고객 유형별로 자동화 역량과 접근방식에서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점은 로봇 자동화를 시작할 때 ‘유사 성공사례 레퍼런스’를 찾아본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로봇 시장에서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찾기가 극히 어려워 평균 6개월 이상 직접 발품을 팔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로봇 자동화의 높은 문턱에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로봇 자동화를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높은 가격’입니다. 지난 기고에서 살펴보았듯이 로봇 1대 도입 시 평균가격은 8천5백만 원입니다. 반면 향후 중요한 성장의 축인 제조 중소기업과 서비스 분야 고객들이 기대하는 평균 가격은 3천만 원입니다. ‘제품-시장 적합도(Product-Market-Fit)'가 가장 크게 차이 나는 부분입니다.

   
 

현재는 로봇보급사업 등을 통해 그 간극을 메워주고는 있으나 예산이 한정적으로 전체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로봇 메이커나 SI 기업도 가격을 낮출 수 없는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일부 영역에 국한된 예입니다만, 최근 서빙 로봇 등 서비스 로봇은 할부, 렌트 등 금융상품을 결합하여 고객들의 초기 투자비용을 낮춰주는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단기간 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만, 고객들의 ROI (Return On Investment)를 높여주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방법을 시도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2. 로봇 메이커들의 속사정은?

로봇신문에서 분석한 로봇 상장 기업들의 전년도 실적을 보면 대다수가 매출규모나 수익성 측면에서 아직도 크게 열악한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로봇 메이커의 모든 애로사항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 소스: 로봇신문 - 지난해 로봇 상장기업 '코로나 속에서도 선방', 21년 4월 1일

매출규모는 ‘단가X물량’ 입니다. 로봇은 단가가 매우 높은 고가의 제품임에도 매출규모가 작다는 점은, 즉 판매량이 작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우리나라가 로봇 밀도 세계 1~2위인 점을 고려했을 때 현재 내수시장은 포화가 되었고,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레드오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제품, 새로운 고객군 개발을 통한 로봇 시장의 성장은 여전히 크게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현 제품을 해외시장에 판매함으로써 시장을 다변화하거나 (2) 신제품을 개발하여 제품군과 고객군을 다양화하는 것입니다. 두 방법 모두 큰 투자가 수반되고, 소기의 성과를 얻기까지 긴 시간도 필요합니다.

과거 한국은 주로 중소·중견 규모의 기업들이 로봇 제조를 담당해왔습니다. 위와 같은 도전을 하기에는 자본력, 인력, 인프라가 크게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삼성, LG, 현대, 두산, 한화, KT 등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로봇사업에 집중할 것을 선언함에 따라, 대기업 특유의 강점을 살려 위 두 가지 전략을 강도높게 실행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대기업이 로봇 시장에 적극 뛰어들면서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장파이 자체가 커지는 건 분명 로봇 생태계 구성원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추가로 위 표를 살펴보면, 대다수 로봇 기업들은 매출 규모만 작은 것이 아니라 수익성 또한 좋지 않은데요, 기본적으로 로봇을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해서는 비용 구조가 높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1)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 영역에 걸쳐 다수의 고급 엔지니어들이 필요하며, (2) 생산시설도 구축해야 하고, (3) 부품 국산화 비율이 낮아 주요 부품은 고가의 외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는, ‘①전기차 생산 비용 하락 → ②전기차 가격 하락 → ③전기차 판매량 급증 → ④전기차 생산 비용 하락’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로봇 산업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만 합니다. 그 시작은 어디서부터일까요? 업계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3. 로봇 생태계의 혈관인 SI 기업들은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가?

마지막으로 고객과 로봇 메이커를 연결하며, 로봇 생태계의 혈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SI 기업은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 지 알아보겠습니다.

마침 작년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2백여 개 SI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유익한 통계자료가 있어 이를 활용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사항은 과반이 넘는 52%의 비중으로 ‘거래처 발굴 및 판로개척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SI 기업의 약 90%가 연 매출 10억 이하에 연 3~4개의 프로젝트만을 수행하는 등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뛰어난 기술력과 레퍼런스가 있어도 새로운 고객을 만나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임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자금’과 ‘인력’ 수급의 어려움도 각 48.1%, 44.8% 비중으로 답하고 있습니다. 매출 성장의 한계가 자금과 인력 수급의 악순환 고리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로봇 생태계의 어두운 이면입니다만, 수요기업들의 최저가 입찰 정책으로 인한 출혈경쟁, 수금지연 및 잔금수금의 어려움 등은 SI 기업들이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럼 SI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답했을까요?

   
 

첫째로, ‘비용부담의 경감’을 꼽고 있습니다. 로봇 1대 도입 평균가격이 8천 5백만 원으로 여전히 매우 높지만, 출혈경쟁 등으로 SI 기업들의 수익성은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적자기업도 꽤 많아 폐업하는 SI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로봇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산업구조적인 문제로 당장 비용구조를 혁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폐업하는 SI가 계속 늘어난다면 우리 로봇 생태계는 동맥경화에 걸릴 위험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세심한 분석과 지원이 필요하겠습니다.

둘째로는, ‘수요/공급기업간 매칭지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SI 기업은 마케팅 인원이나 활동은 전무하고, 영업은 주로 ‘사장님’ 혼자 인맥을 총 동원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SI 기업들의 마케팅, 영업 역량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리고, 양질의 영업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도록, 업계 전체가 함께 방법을 찾고 노력해야 합니다.

셋째는, ‘제품기술의 특화’ 입니다. 최근 로봇산업은, 전통 수요산업의 구조적인 변화와 다양한 로봇제품과 기술 등이 출현하며, 70년대 산업화 이래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SI 기업들도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점은 피부로 체감하고 있으며, ‘제품기술의 특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에서도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표준공정모델, 수요맞춤형 실증사업 등을 통해 지원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SI 기업별로 어떤 제품과 기술을 특화할 지는, 시장과 고객을 잘 읽어야만 성공확률을 높이고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도 코끼리 다리만 만지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 미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우리 SI 기업들이 보다 넓은 시야와 인사이트를 확보할 수 있도록 최신 트렌드와 기술, 고객 변화 등에 대해 데이터 제공과 교육 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로봇 생태계 주체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다뤄보았지만, 그 어려움을 다 이해하고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문제에 대한 공감’과 ‘생태계 구성원 간 상호 이해’가 모든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공감대 형성에 저의 작은 노력이 조금이나마 기여가 되었길 바랍니다.

※ 필자인 김민교 대표는 현재 ‘투자’ 및 ‘마이로봇솔루션’ 서비스를 운영하는 ‘빅웨이브로보틱스’ 대표를 맡고 있다.  김민교 hello@bigwaverotics.com

로봇신문사 robot@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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