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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로: 세상에 나쁜 로봇은 없다

기사승인 2020.08.27  09: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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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일한ㆍ카이스트 녹색교통대학원 겸직교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TV 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말썽 피우는 반려견을 전문가가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봤다. 그런데 개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인으로서도 공감할만한 교훈이 있다. 먼저 개통령이라 불리는 반려견 전문가가 도움을 요청한 견주를 찾아간다. 집에 들어가 보면 깡패처럼 행동하는 불량견이 개통령과 기싸움을 벌인다. 세심하고 엄격한 훈육 과정을 거치며 불량견은 마침내 모범적인 반려견으로 탈바꿈한다. 

프로그램을 보고 얻은 첫 번째 교훈은 이러하다. 개가 아니라 주인이 잘못했네. 개는 배운 대로 본능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다. 주인이 무지하고 게으른 탓에 그 집 강아지는 주변에 피해를 주는 불량견이 되었다. 끝내 교정이 되지 않는 개는 주인이 문제조차 인정하지 않는 경우이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나쁜 주인이 있을 뿐이다. 

두 번째 교훈은 사람과 개는 결국 다른 존재란 것이다. 일부 주인은 기르는 개를 사랑한 나머지 사람처럼 대하고 먹이고 키운다. 하지만 개는 주인의 호의를 엉뚱하게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을 아래로 대하거나 폭력성을 드러내곤 한다. 반려견이 주인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더라도 반드시 차별해서 대하는 것이 견주나 개 양쪽에 바람직하다. 여하튼 개가 스스로 사람과 대등한 존재라고 착각할 여지를 주면 안 되는 것이다. 


사람과 개의 바람직한 관계맺기에서 나온 교훈들은 인간과 로봇의 관계에도 그대로 대입할 수 있다. 요즘 화제를 모으는 배달로봇이 어느 날 항법장치가 고장나 큰 교통사고를 유발했다고 치자. 지금이야 보행속도로 살살 운행되지만 우리는 항상 더 빨리를 외치는 배달의 민족이 아니던가. 철가방 오토바이만큼 민첩하게 차량 사이를 헤집는 고속형 배달로봇은 결국 등장하고 의도치 않은 인명사고도 발생할 것이다. 누구의 책임인가? 배달로봇 제조사, 지원금 노리고 로봇배달 시범사업에 참여한 치킨점, 갑자기 끼어든 로봇을 피하려다 반대편 택시와 충돌한 트럭 운전자, 고속배달 로봇사업에 도장 찍어준 공무원, 로봇상품을 운용하는 보험사, 아니면 저기 박살난 로봇? 답은 여하튼 로봇은 아니다. 로봇을 만들고 운용하고 허락해준 개인과 공동체가 알아서 책임질 일이다. 

고도의 자율적인 상황대처가 가능하고 정말 자의식이 있는 느낌을 주는 로봇이 큰 사고를 저질러도 나쁜 로봇은 될 수 없다. 또한 사람처럼 행동하고 교감하며 생산성은 훨씬 뛰어난 로봇이 나와도 인간에 근접하는 대우를 받을 자격은 일(1)도 없다. 현대사회에서 로봇의 법적지위는 동물 즉 소, 돼지, 닭과 같은 수준으로 취급된다. 특히 동물이 소유주와 친밀한 관계일 경우 로봇은 동물보다 못한 존재로 격하되는 것이 건전한 상식이다. 말하는 청소 로봇이 말 못하는 반려견보다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없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인간과 로봇을 흔히 등치시켜 비교해 볼만한 대상으로 인식하는 뿌리 깊은 관습이 있다. 언택트 붐을 타고 서비스 로봇의 적용범위가 넓어지면서 인간과 로봇의 공존이란 화두가 종종 거론된다. 흥미로운 주제지만 여기서 공존은 인간 사회의 상식과 건전한 가치관에 반하는 부적절한 표현이다. 원시시대부터 21세기까지 인간은 의인화된 대상에 터무니없는 의미를 부여하고 상상하는 습관이 있고 로봇은 대표적 사례이다. 한국 로봇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이제 그런 잘못된 인식은 로봇계 전문가들이 나서 지적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세상에 나쁜 인간은 있다. 주인이 어떠하든 사람 무는 개는 나쁜 개다. 하지만 세상에 나쁜 로봇은 없다.

로봇신문사 robot@irobotnews.com

<저작권자 © 로봇신문사 모바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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