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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로봇 공학자' (27) ETRI 최성록 박사

기사승인 2019.08.18  20: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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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로봇공학자(Young Robot Engineer)' 코너는 한국로봇학회와 로봇신문이 공동으로 기획한 시리즈물로 미래 한국 로봇산업을 이끌어 갈 젊은 로봇 공학자를 발굴해 소개하는데 있다.

27번째 인터뷰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최성록 박사다. 최 박사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2008년 로봇공학으로 석사, 올해 2월 박사학위를 받았다. 석사 졸업 후 2008년 2월 부터 2015년 2월까지 ETRI 연구원, 2015년 부터 현재까지 ETRI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2007년 미국 FIRA 로보월드컵 Robosot 부문 준우숭, 2009년 URAI 최우수 포스터상, 2014년 ICCAS 최우수발표상, 2015년 ETRI INNO Collection Award, 2018 한국로봇학회 학술대회 AFCV 최우수 로봇비전 논문상을 수상했다. ETRI에 근무하면서 퓨처로봇, 로봇에버 등 로봇기업에서 방문연구원 경험도 가지고 있다. 주요 관심분야는 로봇 네비게이션(Localization, SLAM, Path Planning, Path Following), 컴퓨터 비전(Robust Regression, 3D Vision (Visual Odometry, Visual SLAM, SFM))분야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최성록 박사

Q. 현재 ETRI 인공지능연구소 지능로보틱스연구본부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계신데 지능로보틱스연구본부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ETRI는 크게 인공지능 핵심기술을 연구하는 '인공지능연구소', 인공지능 및 ICT 기술을 도시ㆍ교통, 의료ㆍ복지, 국방ㆍ안전 등 여러 분야에 적용하는 '지능화융합연구소', 그리고 통신, 네트워크, 미디어ㆍ컨텐츠에 대해 연구하는 '통신미디어연구소', 마지막으로 양자컴퓨팅, 광통신, 새로운 전자소자와 소재에 대해 연구하는 'ICT창의연구소' 등 4개로 구성되어 있고, 그 외에 미션 중심의 연구 조직인 연구단과 지역센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지능로보틱스연구본부는 ETRI의 4개 연구소 중 하나인 인공지능연구소에 소속된 본부로 약 100여명의 연구원들이 로봇 주행과 조작, 인간로봇상호작용(HRI), 자율주행차와 위치항법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능로봇틱스연구본부는 2004년 1월 '지능형로봇연구단'(초대 단장: 조영조 박사) 이름으로 정보통신부 URC(Ubiquitous Robotics Companion)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탄생하였습니다. URC는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 로봇으로 현재의 클라우드 기반의 로봇이나 인공지능 스피커와 유사한 개념입니다.

ETRI의 로봇 연구는 다른 정부출연연구소들과 달리 소프트웨어에 특화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RUPI(Robot Unified Platform Initiative)와 OPRoS(Open Platform for Robotic Service)와 같은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URC 이후 대형 과제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휴먼케어로봇, 감시정찰로봇, 배송로봇, 농업로봇, 포장/조립/검사로봇, 자율주행차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로봇의 인지나 학습ㆍ계획과 관련된 연구, 즉 소프트웨어를 주로 담당하고 있고, 하드웨어 설계나 구현, 그리고 제어와 같은 부분은 다른 정부출연연구소나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딥러닝을 이용한 사람의 얼굴과 제스처, 자세, 그리고 군중과 관련된 컴퓨터비전 기술은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또한 로봇 위치인식(OMG), 지도(IEEE), HRI(OMG) 등을 위한 국내외 표준화 활동도 힘쓰고 있습니다.

Q. 최근 하고 계신 로봇연구가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2001년 학부생 때부터 지금까지 로봇의 주행을 위한 인식과 학습ㆍ계획, 그리고 제어에 대한 공부를 연구해왔습니다. 또 카메라를 이용한 로봇주행을 위한 비주얼 오도메트리(visual odometry)나 비주얼 SLAM과 같은 3차원 컴퓨터비전(3D vision) 기술에 대해서도 학습, 연구해왔습니다.

   
▲ 한 눈에 보는 최성록 박사의 로봇 주행과 3차원 컴퓨터비전 연구

저는 최근 “SLAM을 이용한 지도 제작이 불필요한 자율주행 기술”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SLAM은 로봇주행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고 활발하게 연구되는 주제입니다. SLAM 기술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많은 성취가 있었고, 청소로봇이나 자율주행차 등 많은 제품과 시장에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로봇이 서비스할 공간이 정해진 경우 SLAM을 통한 사전 지도 제작은 매우 효과적이고 필수적입니다. 현재 자율주행차의 주요 기술 방향은 SLAM 기술을 통해 주행할 공간의 고해상도(HD)지도를 구축하고, 자율주행에 이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로봇 또는 자율주행차가 이전에 방문하지 않은 공간을 주행하여야 한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HD지도가 구축되지 않은 곳을 주행하여야 하거나, 배송로봇이 이전에 방문한 적이 없는 아파트 단지나 마을에 배달하여야 한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사실 사람은 이러한 낯선 공간에서 방문한 적이 있는 곳보다는 서투르겠지만 길을 찾아 목적지까지 주행할 수 있습니다. 저의 연구는 로봇도 처음 방문한 곳에서 사람처럼 서투르겠지만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Toward Fundamentals of Location, Motion, and Traffic”이라는 주제에 대해 틈틈이 궁리하고 있습니다. 로봇주행에 대한 연구를 하며, 물체의 위치와 움직임, 그리고 다수의 이동체들에 의한 흐름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그러면서 당연하게 여기고 따르던 부분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기회가 생기더군요. 최근에 그 중 “위치”에 대한 생각 중 하나를 발표하였습니다. GPS와 같은 위치센서를 사용할 때 일반적으로 GPS와 로봇의 중심이 일치되도록 설치하는 것이 위치추정(localization) 관점에서 편리하고 정확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최근 관찰은 GPS를 로봇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뜨려 설치하는 것이 오히려 위치추정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직관적으로 또 수학적으로, 실험적으로 보이는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기술의 연구와 개발도 재미있지만, 작지만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저에게는 의미있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Q. KAIST에서 박사학위 논문 제목이 'Efficient 3D Visual Perception for Intelligent Surveillance and Autonomous Navigation' 인데 어떤 내용인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박사학위 논문은 지금까지 제가 수행한 3차원 컴퓨터비전에 대한 연구 내용입니다. 카메라에서 획득한 2차원 영상은 실세계의 투영(projection)이기 때문에 깊이나 거리와 같은 3차원 정보들이 소실되게 됩니다. 3차원 컴퓨터비전은 카메라 영상에서 역으로 3차원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주요 문제들입니다. 제 학위논문은 크게 CCTV와 같이 고정된 카메라에서의 3차원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과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와 같이 이동하는 카메라에서의 3차원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CCTV가 관찰하는 공간이나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움직이는 공간은 대부분 또는 지엽적으로 평면이고 저의 학위논문은 평면이라는 점을 활용한 효율적인 3차원 정보 획득 이론과 방법들을 담고 있습니다.

CCTV와 같은 고정 카메라를 위해 제가 제안하는 on-plane projective geometry는 임의의 카메라 설치 각도에도 쉽게 기하학적 연산이 가능한 변환을 다루고 있고, 이를 이용한 딥러닝 기반 지능형영상감시(intelligent visual surveillance; IVS)에서의 응용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도로나 실내와 같이 지엽적 평면 위를 움직이는 이동 카메라의 위치추정을 위해 simplified epipolar geometry와 asymmetric RANSAC 기법을 제안하고, 이를 이용한 visual odometry로의 응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학위논문의 배경 이론, 즉 3차원 컴퓨터비전 기법을 설명하는 부분과 예제 코드는 “An Invitation to 3D Vision”이라는 이름으로 Github에 공개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제 학위논문의 내용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관심을 가져주고 있습니다.


 

   
▲2009년 BMVC 학술대회에서

Q. 주요 관심분야가 로봇주행과 3차원 컴퓨터비전으로 알고 있습니다. 로봇주행과 3차원 컴퓨터비전 관련하여 최신 기술 동향이나 세계적인 흐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근 정말 많은 분야의 동향이나 흐름은 “딥러닝”이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것 같습니다. 로봇과 특히 컴퓨터비전은 그 중 딥러닝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분야입니다. 우선 컴퓨터비전의 인식과 관련된 문제의 현재 최고 해법은 거의 대부분 딥러닝을 이용한 방법입니다. 제가 주로 관심이 있는 기하 및 3차원 해석과 관련 문제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방법들이 많이 사용되지만, 전통적인 방법들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딥러닝을 이용하는 연구도 점점 많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일 카메라를 이용한 3차원 해석은 스케일을 추정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지만, 모노뎁스(MonoDepth)와 같은 기술은 대규모 영상 데이터를 학습하여 이를 해결합니다. 또 같은 맥락에서 visual odometry나 SLAM에서도 딥러닝을 이용한 방법들이 많이 발표되어 있습니다. 로봇 주행 분야에서 강화학습을 통해 장애물 회피와 같은 지엽적 경로계획을 수행하는 것은 예전부터 많이 시도되었고, 최근에는 인식부터 제어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신경망 아키텍처로 수행하는 딥드라이빙(DeepDriving)과 같은 접근도 많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로봇주행과 3차원 컴퓨터비전 기술들은 일정부분 한계는 있지만 꽤나 높은 수준에 다다랐고, 현재 이를 이용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나 성공 스토리를 을 찾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자율주행 로봇은 청소로봇이고 그 외에는 시장 규모가 미미합니다. 3차원 컴퓨터비전 기술도 DSO나 인스턴트 3D 포토그래피(Instant 3D Photography) 같은 멋진 데모들을 보여주지만 시장 영향력은 아직 미미합니다. 우선 로봇주행 기술은 자율주행차, 드론, 물류ㆍ배송로봇과 같은 곳에서 새로운 성공적인 제품을 모색하고 있고, 많은 연구들이 이러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3차원 컴퓨터비전 기술도 자율주행, 특히 자율주행차로의 응용을 고려한 연구가 많이 수행되고 있습니다. 3차원 컴퓨터 비전은 오큘러스 퀘스트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2와 같은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위한 카메라 위치인식 및 공간인식에 활용되고 있어 이러한 플랫폼을 고려한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최근 스마트폰은 보다 멋진 또는 다채로운 사진 서비스를 위해 듀얼 카메라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카메라 플랫폼을 시도하고 있고,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카메라 조합을 고려한 컴퓨터비전 연구도 새롭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2012년에 제 연구 분야에서 여러 가지의 변곡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딥러닝의 부흥을 이끈 AlexNet이 발표되었고, 제 분야의 연구에 큰 영향을 준 KITTI 데이터셋이 공개되었고, 마지막으로 초음파와 라이더(LiDAR), 카메라 센서에서 벗어나 Kinect를 통해 시장에서 쉽고 저렴하고 RGB-D센서를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RGB-D센서는 단순히 3차원 라이더와 카메라의 정보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 외에 RGB영상과 깊이영상이 서로 정합되고 이를 통해 영상 정보를 이용한 인지와 깊이 정보를 이용한 인지가 긴밀히 융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RGB-D센서를 이용한 연구들은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갖고 있고, MaskFusion과 같이 멋진 연구가 최근까지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RGB-D카메라 외에 이벤트 카메라나 라이트 필드  카메라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카메라들을 통해 기존의 어려운 문제를 쉽게 해결하고자 하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Q. 로봇주행이나 3차원 컴퓨터비전 분야는 최근 물류로봇 같은 모바일로봇이나 자율주행차 등에서는 필수적인 기술입니다. 로봇주행이나 컴퓨터비전 분야에서 앞으로 넘어야 할 애로기술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로봇주행과 3차원 컴퓨터비전은 일정부분 한계는 있지만 꽤나 높은 수준에 다다랐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환경에서 운영되는 창고나 병원 물류로봇의 경우 현재 기술로도 어느 정도 높은 수준의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대부분의 일반적인 상황에서 꽤나 안정적으로 동작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드물게 나타나는 극단적인 상황, 예를들면 심한 눈이나 비, 차와 사람으로 뒤엉킨 도로 또는 돌발적인 상황 예를들면 인지되지 않았다가 가까이 인지된 물체에 대한 대처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마지막 남은 1%를 최대한 채우는 것이 큰 숙제이고 어려운 점일 것입니다.

자율주행차나 3차원 컴퓨터비전에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다른 모달리티를 갖는 추가의 센서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자율주행차에 열화상 카메라를 도입하거나, 3차원 컴퓨터 비전 문제에 깊이영상이나 다른 시점의 카메라를 이용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최근에는 너무 단조롭고 단순한 주행 상황 데이터셋인 KITTI 데이터셋에서 벗어나 AppoloScape, BDD100K, KAIST Urban 데이터셋과 같이 실제 좀 더 복잡한 도심 환경을 포함한 데이터셋도 많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 범용 로봇주행 라이브러리 uRON이 적용된 로봇들의 예

Q. ETRI에 계시면서 퓨처로봇이나 로봇에버 등에서 방문연구원으로도 계셨던데 무엇 때문이며, 당시 무슨 연구를 하셨는지요?

두 곳 모두 제가 개발한 범용 로봇주행 기술인 uRON(Universal Robot Navigation) 라이브러리 기술 지원을 위해 방문하였습니다. uRON은 다양한 로봇ㆍ센서 적용이 가능하고, 다양한 주행 서비스와 시나리오에 맞게 쉽게 재구성 가능한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입니다. uRON은 제가 ETRI 입사 후 지금까지 개발하고 있는데, 그 동안 제가 만든 것 중 가장 오랫동안 매만지고 다듬다보니 애착이 많이 가는 기술입니다. 우선 퓨처로봇에서는 uRON을 퓨로(FuRo)에 적용하여 쇼핑몰과 영화관에서 자율주행하는 기술에 대해 지원하였고, 로봇에버에서는 uRON을 새로 개발한 연구용 플랫폼과 기 보유 중인 SLAM 알고리즘에 적용하는 것을 협업하였습니다.

ETRI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기업들과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일을 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uRON 기술을 다양한 로봇들과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하며 사용자 관점에서 많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으로 uRON의 개발 철학에 앞서 언급한 로봇과 서비스에 대한 범용성 외에 사용자가 쉽고 빠르게 자신의 로봇에 적용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을 추가하였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KAIST에 진학하면서 석사 때부터 로봇을 하시게 되었는데, 그 동기와 로봇을 연구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요?

   
▲ 최성록 박사가 학부 1학년 때 만든 마이크로마우스 3335AT

사실 로봇은 어렸을 때 만화영화를 보고 프라모델을 만들며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KAIST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는데, 당시 많은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이 진짜 움직이는 로봇에 대한 열정을 키우고 실제 납땜을 하며 로봇을 만들었지요. 지금은 초등학생들도 그때보다 더욱 멋진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지만요.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고, 대학에 진학하며 “시그마 인텔리전스(Sigma Intelligence)”라는 동아리에 가입하여 처음으로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로봇축구가 굉장히 인기가 많았는데, 저는 미로를 따라 목적지까지 빠르게 주행하는 “마이크로마우스”를 만들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대학교 5학년(기계공학 이외에 전자공학 복수전공. 컴퓨터공학 부전공 ) 때까지 그 긴 시간 마이크로마우스를 만지작거렸는데,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마이크로마우스를 만든 사람도 한국에는 드물고 저처럼 그 많은 대회 중에 한 번도 완주를 못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대학교 5학년 때는 친구들과 동아리 이름인 Sigma를 패러디한 인테그럴(Integral)이라는 이름의 영상감시로봇을 만들었습니다. 로봇에 USB카메라도 설치하고 원격의 컴퓨터에서 영상을 스트리밍해서 보고 로봇을 조종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당시 로봇이 혼자 정해진 구역을 자율주행하길 바랬는데, 그 정도까지 개발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해에 Integral을 데리고 한국지능로봇경진대회에 참가하였는데, 당시 행사 진행을 하던 석사과정 형에게 SLAM이라는 말과 SIFT라는 것을 처음 들었습니다. 학교에 돌아와서 SIFT 논문을 출력해서 읽고 또 읽어도 도저히 구현할 수 없어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석사과정 2학기 때 권인소 교수님의 컴퓨터비전 수업 때, 두 번째 숙제가 SiFT를 구현해서 두 영상을 정합하는 것이었는데, 혼자 힘으로 처음부터 끝가지 SIFT를 구현했을 때 그 감격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 최성록 박사가 학부 때 만든 원격제어 영상감지로봇 Integral 1

로봇을 만들고 공부하고 연구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제가 못한다는 점입니다. 지금하고 있는 일이 저에게 가장 잘 맞고 행복하지만, 진짜 제 능력이나 제가 이룩한 것이 부족해 늘 아쉽습니다.

Q. 2008년 2월부터 ETRI에 근무하고 계시니 벌써 11년이 넘었습니다. ETRI 같은 국책연구소에서 개발한 원천 기술들이 기업으로 제대로 이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우선 ETRI 로봇본부에서 연구개발된 기술 중 상당수가 기업에 이전되고 있습니다. 제가 개발한 uRON의 경우 10년동안 약 10곳의 기업에 기술이전되었고, 저희 본부의 얼굴과 관련된 연구는 1년에 약 10건 정도 기술이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문제는 기술이전 횟수보다 이전된 기술이 실제 성공적인 제품으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경우는 잘 모르지만 저의 경우 약 10건의 uRON 기술이전 중에 아직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질문하신 부분에 자유로울 수 없고, 사실 이 부분은 uRON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민 중 하나입니다. 우선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제 경우에 한정해, 또 제가 바꿀 수 없는 시스템이나 외부의 한계, 해결책 보다는 제가 제어할 수 있는 범위 내 이슈부터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는 기술의 기능 또는 성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우선 저의 로봇 자율주행 기술에는 실내외에서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는 위치인식 솔루션이 부재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인공표식을 사용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LiDAR와 지도를 사용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GPS나 UWB를 사용합니다. 사실 어디에서나 어떤 상황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위치인식 기술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고자 하는 연구나 노력을 거의 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점인 것 같습니다. 또 현재 uRON은 매우 혼잡한 환경의 장애물회피 기술에 한계가 있습니다. 단순한 상황에서는 쉽게 회피 가능하지만, 조금 혼잡해지면 회피가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 장애물회피 문제점을 인지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오랫동안 TO DO 리스트에만 있었고 최근에야 부분적으로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최성록 박사가 학부 때 만든 원격제어 영상감지로봇 Integral 2

두 번째 문제는 사용자나 사용 환경을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uRON을 기술이전하고자 하신 분들은 관련 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개발된 기술이 사용자가 원하는 시나리오와 환경에 바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로봇주행 기술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궁합이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간극은 1~2회의 기술 교육과 상담, 패치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제가 uRON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기술보다 이러한 사용성과 기술 지원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uRON은 좌표 변환이나 기구학 등과 같은 개념을 모르는 사람도 단시간에 매우 짧은 코드로 사용 가능하도록 개선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상품화와 관련된 이슈입니다. 우선 비즈니스 관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자율주행이 들어간 로봇의 기능이나 가격이 시장에서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당연히 쓸데없는 기능 또는 제공하는 기능 대비 너무 비싼 제품은 성공하지 못하겠지요. 자율주행 기술의 또 다른 어려운 점은 이동 로봇은 많은 안전 문제들을 유발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런 비즈니스 관점의 이슈는 저의 역할 밖의 일로 보이기도 하겠지만,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이슈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술에 대한 애정과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기술에 애정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기술에 이름을 붙여줍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구절처럼 기술에 이름을 붙여 주면 하나의 생물처럼 애정과 애착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uRON을 과제 아이템으로 개발할 수 있었던 기회는 2010년 이후 10년 동안 거의 없었습니다. 연구가 과제 중심으로 진행되고 중복성과 수주 경쟁 때문에 과제 아이템이 연속적이기가 힙듭니다.  uRON에게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인 사랑과 애정을 주지 못한 점은 너무 미안합니다. 자투리 시간을 간헐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과제의 주제와 최대한 관계를 만들고 uRON의 업그레이드와 과제 진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지혜와 전략이 부족했습니다.

Q. 연구자로서 앞으로의 꿈과 도전해 보고 싶은 연구가 있다면?

우선 단기적으로 앞서 언급한 언제 어떤 환경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위치인식 솔루션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 “Toward Fundamentals of Location, Motion, and Traffic” 주제에 대한 연구를 마무리 짓고 싶습니다. 로봇과 자율주행차의 위치인식과 관련된 위치와 움직임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과 정리를 마치고, 많은 사람과 물체들이 혼재된 주행, 그리고 물류와 교통과 같이 대규모 시스템에서도 사람들이 놓치던 유의미한 관찰과 생각들을 이끌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멋진 로봇을 만드는 일은 저를 포함해 우리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것일 것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 대부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이여서 실제 특정된 하드웨어 로봇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습니다.

로봇공학은 현재의 최고 기술을 융합하여 로봇을 만드는 공학이지만, 또 사람들의 땀과 노력으로 작품을 만드는 예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로봇공학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과 관점, 그리고 영향을 줄 수 있는 로봇공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2012년 URAI 학술대회에서

Q. 로봇공학자가 되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로봇을 만드는 것은 혼자하기 힘든 일입니다. 또 좋은 아이디어가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싹트기도 하지만, 이 싹이 자라고 열매를 맺는 데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말이 거름처럼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저는 후배들이 로봇공학자로서 다른 사람과의 “협업”에 대한 마음가짐과 자세, 경험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글이나 강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저도 이러한 능력이 부족해 좋은 조언을 해줄 수는 없습니다. 저는 제 머릿속의 좋은 아이디어를 말하기를 주저하기도 하지만 다른 동료들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료들이 요청하면 항상 저의 연구노트나 코드를 공유하고자 하고, 공동연구에 대한 제안은 되도록 거절하지 않습니다. KIST 조혜성 박사님의 빛과 소리와 관련된 신기한 신소재에 대한 연구를 도와드렸는데, 로봇을 연구하지만 재료공학과 관련된 연구를 함께하는 흔치않은 경험도 하게 되었습니다.

학생이라면 “수학적 사고”와 “프로그래밍” 능력을 키우는데 더욱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둘은 로봇 분야에서 딥러닝보다 훨씬 중요한 기본적인 도구입니다. 수식과 기하, 그리고 코드는 음악가의 악보와 같이 연구자들이 아이디어와 알고리즘을 정확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양식입니다. 악보를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휼륭한 음악가가 되기 힘들 듯이 수학과 프로그래밍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휼륭한 로봇공학자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를 수식과 그림으로 표현했을 때 가끔 아이디어의 다양한 측면이 보이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일반화할 수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에게도 수학 교과목은 학부 때 저의 아킬레스건이었습니다. 시험 때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시험도 못보고 성적도 늘 좋지 못했습니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대학원 때는 일부러 수학이 많이 필요한 교과목을 수강했던 것 같습니다. 복잡한 수학 이론이나 공식을 많이 배우고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수식이나 도형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수학적 표현을 곱씹어 볼 수 있는 직관을 키우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저는 프로그래밍은 책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글이나 강좌로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문법과 특징에 대한 감을 잡았다면, 실제 작지만 자기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배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것에 늘 대답해주는 Google 검색창과 Stack Overflow가 있으니 안심하시고 키보드를 잡으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Q. 국내 로봇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조언을 해 주신다면.

저의 부족한 경험과 식견으로 어려운 질문입니다. 국내의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로봇과 관련 알고리즘에 대한 많은 연구과 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결과물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학생이 졸업을 해서 사라지기하고, 과제의 기간이 종료되어 그 결과물이 연구원 컴퓨터에만 있다가 한참 뒤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리기도 하지요. 저는 물론 기업의 이윤과 관련된 결과물은 제외하고 이러한 작은 결과물들이 잘 홍보되고 공유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우리에게는 전세계 사람들이 만나는 깃허브(Github)라는 놀이터가 있습니다. 또 국내의 많은 연구자들이 ICRA/IROS와 같은 세계적인 학술대회에 보다 많이 자기의 연구 결과물을 홍보하고 알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공유와 홍보를 통해 작은 씨앗들이 쌓이고 싹트고 무럭무럭 자란다면 국내 로봇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정부과제에서 추진하는 연구 결과물의 오픈 소스 의무화를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사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규칙을 만드는 것보다 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연구에 주로 영향을 받은 교수님이나 연구자가 계시다면.

   
▲ ETRI 조영조 박사와 함께

생각해보니 그동안 정말 많은 분들에게 배우고 영감을 받았습니다. 우선 지도교수님이신 김종환 교수님은 제게 로봇공학자로서의 표상이신 분입니다. 김종환 교수님께서는 “기술은 우리의 상상이 허락하는 만큼 발전할 수 있다 (technology will reach as far as our imagination allows)”고 말씀하셨는데, 상상력이 빈곤하고 새 것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는 저에게는 늘 마음에 새기고 반성하는 말입니다. 김종환 교수님은 로봇축구와 유비쿼터스로봇 등과 같은 개념을 처음으로 창안하셨는데, 저도 그러한 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대학원 시절에 만난 마이크로소프트 김태민 박사님은 저에게 궁리하고 생각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제 연구 주제나 방법에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생각해보니 제 삶의 약 1/3을 ETRI에서 보냈습니다. ETRI의 이재영 박사님은 제가 ETRI 입사 후 지금까지 만지작 만지작하고 있는 uRON의 철학과 초기 구현을 완성하신 분입니다. 그 분의 코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또 유원필 박사님은 저에게 문제를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늘 깨닫게 해주셨고, 조영조 박사님은 제가 우리 분야에서 사람들과 부대낄 수 있게 많은 네트워크들을 소개해주시고 늘 응원해주셨습니다. 

조규남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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