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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주년 기획-로봇산업 긴급 진단]②국내 로봇 R&D 어떻게해야 하나?

기사승인 2018.06.12  09: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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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박현섭 연구교수

 

   
 

②국내 로봇 R&D 어떻게해야 하나?

우리나라 로봇 R&D에 대한 정부의 본격적인 지원은 2003년 8월, 10대 성장동력 산업에 지능형로봇이 포함되면서부터다. 현재 산업부 기준, 연 800억 규모의 로봇 R&D 예산이 지원되고 있으며 올해 '지능형 로봇개발 및 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향후 10년간 로봇산업의 기본 틀을 재정비 할 수 있게 되었다. 

글로벌 로봇 강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미국, 일본, 독일 4개국이며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중이다. 지금의 우리나라 로봇이 있기까지 정부의 로봇 R&D 지원은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점이 많으나, 인공지능과 함께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될 로봇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다시금 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을 견인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은 그 역할을 다했고 이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환이 요구되고 정부도 이를 주창하고 있다. 특히 로봇은 대부분의 제품이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상황이라 더욱 퍼스트 무버 전략이 요구된다. 그러나 디테일(detail)에서 아직 옛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R&D 사이클인 기획, 관리, 성과의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기획의 옷을 갈아입자

퍼스트 무버가 되는 순간 가장 큰 변화는 앞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즉, 따라갈 제품이 보이지 않은 것이다. 따라갈 제품이 있다면 기획 기능이 단순해도 충분했다. 개발 목표는 1등 제품이고 핵심기술은 대부분의 전문가라면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노하우(Know-how)가 중요하며, 과제 기획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소화가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퍼스트 무버에게는 어떤 제품이 팔릴지 시장에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전문가들에게 물어봐도 알기 쉽지 않다. 이제 스스로 찾을 수 밖에 없다. 기획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하며, 위원회의 기능을 넘어서는 전문 전담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어 체계적인 산업 및 기술 동향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이 소홀하다면 점쟁이에 가까울 수 밖에 없다. 이제 노우홧(Know-what)이 중요하며, 기획된 과제의 실패율도 지금보다는 훨씬 높아 질 것이다.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지불해야할 수업료가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로봇 R&D 기획은 로봇PD 한명이 거의 전담하고 과제 기획 예산은 전체 로봇 R&D 예산의 0.1%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보다 10배를 늘려도 1% 수준이며, 나머지 99%의 R&D 과제가 좋은 씨앗으로 준비된다면 오히려 더 늘려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10명의 전담 전문가 조직이 지원하는 EU의 로봇PD 운영체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관리의 옷을 갈아입자

과제 계획의 작성기준이 되는 문서인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요청서)는 과제의 제목, 목적 및 목표, 개발내용 등을 담고 있는데 역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유물로 보인다. 퍼스트 무버에게 과제 개발 내용은 초기 개발 단계를 지나야 작성될 수 있는 내용이고, 제시한 목표 또한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것을 보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에는 우리와 달리 개발이 필요한 분야와 그 이유만을 담는다. 의사에게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증상만을 말하지, 어떤 치료를 주문하지 않는 것처럼.

한편 정부 R&D를 세금먹는 하마로 알고 있지만 DARPA(미 고등방위계획국)를 보면 그렇지 않다라고 시작하는 포브스(Forbes)의 “Secrets of Darpa's Innovation Machine” 제하 기사(2013년 2월)에는 우리가 꼭 배웠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

DARPA는 인터넷, 음성 번역, GPS 등 수많은 혁신기술을 선도하는 세계 최고 연구관리기관으로 그 성공의 배경 중 하나로 '하일마이어 카테키즘(Heilmeier Catechism)'을 들고 있다. LCD를 개발한 장본인이자 1970년대 DARPA의 전설적인 PM(Program Manager,과제 관리자)인 하일마이어가 만든 7가지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과제 제안 양식으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What are you trying to do? Articulate your objectives using absolutely no jargon. (무엇을 개발하려고 하는가?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말고 기술하시오) 

② How is it done today, and what are the limits of current practice? (현재는 어떻게 하고 있으며 현재 기술의 한계는 무엇인가?) 

③ What's new in your approach and why do you think it will be successful? (당신의 방법에 새로운 것은 무엇이며, 그것이 왜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④ Who cares? If you're successful, what difference will it make?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성공할 경우 무엇이 달라지는가?) 

⑤ What are the risks and the payoffs? (위험과 보상은 무엇인가?) 

⑥ How much will it cost? How long will it take? (개발 예산과 기간은?) 

⑦ What are the midterm and final "exams" to check for success? (성공을 점검하기 위한 중간 및 최종 시험 방법은?)

위의 질문에 답하는 2-3페이지 분량의 과제  제안서로 수백억 과제가 선정된다. 100페이지 분량의 우리나라 제안서보다 중요한 내용이 담길 수 있는 효과적인 양식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성과의 옷을 갈아입자

우리나라는 기술 성숙도(TRL:Technology Readiness Level)를 9단계로 나누어 기초연구(1,2), 실험(3,4), 시제품(5,6) 상용화(7,8) 및 사업화(9)로 구분하며, 산업부의 R&D는 주로 5-7 단계를 지원 대상으로 한다. 

상용화 초기 단계까지 지원하며 최종 사업화는 기술 이전 등을 통한 민간의 영역으로 두고 있다. 이는 마치 마지막 구간에 선수가 대기하고 있어 바톤을 잘 넘겨주어야 하는 계주 경기와 같다. 계주 경기에서 바톤을 받을 선수가 없거나 바톤 실수 즉 규정 외 바톤을 사용하거나 바톤을 놓치면 실격이다. 

그렇다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과제계획서에도 이와 같이 사업화를 수행할 주체와 바톤에 해당되는 기술이전 내용이 상세하게 포함되어있어야 할 것 같으나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유럽의 과제계획서에는 바톤에 해당하는 'Deliverable'이 분명하게 기술되어 있음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의 R&D 과제는 중복 지원을 배제하고 있다. 기술 발전과 전문가 육성에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한 현실과 배치된다. 한 가지 주제로 5년간 연구를 수행한 후에는 다른 주제를 찾아보아야 한다. 마치 농구, 축구, 탁구 등 종목을 매번 바꾸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단기 성과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술은 사람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전문가가 만들어지는 R&D 환경조성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 R&D정책에 대한 제언을 정리하였으나, 로봇의 특성상 더욱 필요를 느낄 뿐 비단 로봇에만 국한되지 않는 우리나라 R&D 전반에 해당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로봇신문의 그동안 5년간 로봇계의 훌륭한 정보제공 및 소통자로서의 역할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욱 발전하길 기대한다. <필자:카이스트 박현섭 연구교수>

 

로봇신문사 robot@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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