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옥스포드대 캇챠 그레이스 교수, 352명 전문가 대상 조사
현재 내가 종사하고 있는 직업은 언제쯤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될까. 수많은 조사 기관들과 전문가들이 예측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답은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라면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BBC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미래휴머니티연구소(Future of Humanity Institute)’ 캇챠 그레이스(Katja Grace) 교수는 AI 임팩츠(AI Impacts) 프로젝트, MIRI(Machine Intelligence Research Institute) 등 기관과 공동으로 352명의 과학자를 대상으로 기계가 언제쯤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할 것인가에 관한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는 페이스북 인공지능 연구소 얀 르쿤 소장, 구글 딥마인드의 무스타파 술레이만, 우버 인공지능연구소 주빈 가라마니소장 등 저명 인사들이 다수 참여했다.
그레이스 교수는 조사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전문가들이 전반적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을 능가하는 시점을 늦게 예측했다고 지적했다. 기계가 인간의 직업을 완전히 대체하는 데 최소한 12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125년 후 사람의 직업을 완전 대체할 확률은 50% 정도다. 그레이스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의 눈부신 발전 추세를 감안해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예측 시점을 빨리 잡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놀랍게도 예측 시점을 늦게 잡았다는 것.
이번 조사 결과 빨래 접는 로봇이 2021년 사람을 대신할 가능성은 50%였다. 하지만 빨래방에서 일하는 사람은 더 일할 가능성이 높다. 빨래를 접는 로봇은 의외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해야한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로봇과학자들은 이미 수건, 바지, T셔츠 등을 접는 로봇을 개발했다. 하지만 아직 사람의 능력을 따라가지 못한다. 지난 2010년 빨래 접는 로봇이 한 장의 수건을 접는데 19분이 걸렸다. 2012년에는 바지를 접는데 5분, T셔츠를 접는데 6분 이상이 걸렸다. 이 로봇은 양말을 접는 것에도 도전하고 있지만 인간을 완전 대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내 직업은 언제쯤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될까. (표:BBC)
영국 버밍험대학의 인공지능 및 로보틱스 전문가인 제레미 와이어트 교수는 “물리적인 조작이 요구되는 작업의 경우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 시간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봇이 연구소에서 작업을 하는 것과 실제 생활에서 작업을 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세계에서 물리적인 객체를 조작하는 것은 기계에게는 매우 복잡한 작업이어서 대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리적인 조작이 필요없는 작업을 훈련시키는 것은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사 결과 연구자들은 오는 2027년경 인공지능이 트럭 운전을 대체하고, 2031년에 유통매장 직원들의 일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유통 매장 직원들의 직무도 복잡하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도입하고 있는 인공지능 채팅 봇이나 알고리즘은 이미 유통 매장 직원들의 일 가운데 많은 부분을 앗아가고 있다. 하지만 유통 매장 직원들은 매우 복잡한 육체적 및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활용해 고객들과 소통한다. 고객들의 옷을 골라주고 옷매무새에 관한 조언도 해준다. 이런 복잡한 일을 인공지능 로봇이 완전히 대신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53년 로봇이 외과의사를 완전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소설을 쓰는 인공 지능 로봇은 2049년경 등장한다. 이미 구글은 인공지능에게 로맨틱한 소설을 쓰거나 보다 창의적인 기사를 쓸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고 있다. ‘벤자민’이란 AI봇은 공상과학 소설을 쓰는 데 도전하고 있다. 로이터와 AP 등 언론사들은 ‘오토메이티드 인사이츠(Automated Insights)’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스포츠, 금융관련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화 저널리즘(Automated Journalism)’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로봇이 작성한 기사에 사람이 맥락을 부여하는 일을 하는 과정이 아직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를 인공지능이 쓰기 위해선 수십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와이어트 교수는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하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레이스 교수는 인공 지능 로봇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목사나 신부 처럼 사람들이 로봇으로 대체되기를 원하지 않는 직업들이 있다고 말한다.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